기업이란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아서 성장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도 항시 스스로를 다그쳐야 한다. 기업 경영도 기존 사업 체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며 지속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가에 방점이 있다고 하겠다. 현재 창사 이래 최대의 매출과 이윤을 기록하고 있는 글로벌 초우량 기업인 삼성전자를 보더라도 급변하는 미래 산업과 시장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는 가전, PC,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변화하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성공적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일본의 도시바나 소니 같은 전자 업체나 2G 휴대폰의 대명사였던 노키아가 어느 순간 경쟁에서 탈락했듯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상존한다.
현재 글로벌 Top 기업들인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이십여 년 전만 해도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제조업의 대명사였던 GE가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구조조정에 들어갈 줄을 또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라디오, TV, 워크맨 등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전자제품의 대명사였던 소니가 삼성전자를 부러워하는 지경으로 떨어질 줄을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런 반면교사가 잘 나가는 기업이나 그렇지 못한 기업이나 모두들 나름대로 생존과 지속 성장을 고민하고, 경영진이나 직원 모두가 항상 위기의식을 스스로 고취 시키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른 기업들은 기존 주력 사업에 대한 지속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에 더하여 다른 회사가 하고 있는 사업 분야에 진출코자 하거나 아니면 새롭게 개발되어 미래 시장에 도입될 것으로 예측되는 혁신적인 신사업 거리를 구상하게 된다. 후자의 예로는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소위 우리나라에서 얘기하는 4차 산업혁명의 아이템 분야가 그 대상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담론에 있는 신사업 후보 분야들인 우주개발,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생명과학 등과는 달리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게 있어서 신사업이란 어떤 분야가 될 것인가. 물론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이나 사업 아이템을 지원하는 분야도 있겠지만, 사실은 현재 그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 분야가 아닌 모든 사업이 신사업의 영역이 될 수 있다. 즉, 섬유 업종이 주력인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패션이나 완성복 등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분야,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탄소 섬유 등에 진출하는 분야, 또는 타 사에서 수익을 내는 예를 들어 타이어 사업에 진출하는 분야, 마지막으로는 미래 사업으로 예를 들어 생명과학에 진출하여 의약품 사업을 도모하는 분야 등 여러 측면에서 고민해 볼 수 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그 기업의 역량, 즉, 체득된 DNA, 자금력, 인적자원, 최고 경영진의 의지 등에 의존하여 결정될 것이다.
국내의 기업들은 신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책 변화와 그에 대한 정책적 재원 지원에 맞추어 다양한 분야에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녹색성장 슬로건 하에서는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과 같이 저탄소 에너지 분야와 해외 자원투자 분야가 활발했고, 창조경제 슬로건 하에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다양한 분야의 Startup 활동이 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신사업이란 결국 각 기업마다 처해진 상황과 여건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 삼성전자 같은 기업은 글로벌 기업인 구글이나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 미래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신사업을 고민해야 하고, 현대자동차는 전기차의 테슬라나 자율 차의 유럽 자동차 메이커 혹은 구글과 경쟁하기 위하여 관련 분야에서 신사업을 고민해야 한다. 국내의 대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확장이나 예측되는 미래 사업 분야에 각 기업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을 집중하여 도출해야 한다. 물론 충분한 자금력이 된다면 기존 잘 나가는 사업 분야를 인수합병하여 운영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사실 인수합병 이외의 방법에 의한 신사업 진출에는 장시간에 걸친 투자뿐만 아니라 모든 관련 당사자들의 인내력이 요구된다. 특히 기술 개발을 기반으로 신사업을 추진한다면 더 많은 시간과 Risk가 필연적으로 동반된다고 할 수 있다. 기술 개발은 당초 기대했던 시간과 자원 투입으로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중도 포기하면 시작하지 않는 것만도 못하게 된다. 그러나 주변 당사자들은 항상 의심과 시기 어린 눈길로 이를 지켜보며, Goverance 등 주변 여건이 변하면 지체 없이 비판하고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
수십 년의 직장 생활을 거치는 동안 직/간접적으로 새로운 분야의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여러 번 추진해 본 경험이 있다. 즉, 당시 꿈의 발전이라 생각했던 연료전지, 전기차 시대의 필수품인 대용량 이차전지, 이차전지 기반 전력저장장치, 양/음극제 등 이차전지 소재, 부식에 자유로운 초고강도 철강 Amorphous 재료, 기후변화 시대를 대응하는 중소형 원자로, 중저온 폐열 Kalina 발전, 지열발전, 초전도 풍력발전, 그리고 노후 화력발전소를 신예화하는 Repowering 사업 등에 대해 기술 개발이나 신사업을 추진해 왔었다. 그리고 철강공정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신기술로서 고로 대체 파이넥스 철강 직접환원로, 고온의 판재를 연속적으로 압연하는 연연속, 쇳물에서 중간단계인 슬래브 제조 없이 바로 판재를 제조하는 스트립캐스팅 등에 대한 기술 개발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항상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보다는 실패할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거나 신사업에 착수했더라도, 그 사이 사업 환경이 변하거나 경제성이 낮아져서 성공적인 사업으로 연결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기술이나 신사업에 관여해 온 주역들은 사실 그리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든 운명에 있다. 물론 성공하면 그 이상 좋은 것도 없겠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에는 주변의 유/무언의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이런 어려운 기술 개발이나 프로젝트성 신사업에 애초 참여하지 않았으면 본전은 유지되는데, 참여함으로 인해 주변의 비난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결국 기업 오너나 최고 경영진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도전적인 직원들에게 신뢰 함께 다양한 Favor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즉, Routine 업무를 주로 하는 통상적인 지원 조직과는 달리, 성공/실패의 Risk를 온몸으로 지고 신사업 프로젝트를 도전적으로 수행하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신뢰와 지원이 필요하다. 활발한 신사업 추진과 도전적인 기술 개발 지원으로 기존 주력사업인 반도체, 철강, 조선, 자동차, 정유 등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이거니와,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4차 산업혁명 사업 아이템에서도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 조속히 우리나라에 출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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