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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Jay K. Yi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

서너 해전 마음의 준비조차 안된 시기에 인생 1 막을 끝내면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회한 그리고 못다 이룬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었다. 그동안 공부하거나 일하면서 관여했던 이런저런 주제에 대해 줄거리 위주로 기록해 두었다가 언젠가 관련 기록을 찾아 Fact를 더하고 여기에 살을 붙여 한편의 글로 완성해 볼 요량도 있었다. 또한 평소에 얼굴 맞대고 살뜰하게 얘기를 나누지도 못했고, 설사 기회가 있었어도 부모 욕심에 훈계조의 얘기만 했던 딸과 아들에게 블로그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해 주는 공간이 되기를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수십 단어 이내의 간결한 메시지나 사진과 같은 이미지를 선호하는 바쁜 시대를 역행하여 블로그에서는 글로서 내용을 표현하고 기록해 두고 싶었다.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시절부터 관련 책도 읽어 보고, 그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은 30만 원의 거금(대졸 사원 1달 급여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삼성 미놀타 일안리플렉스 카메라를 구입해서 활용하기도 했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진 촬영이 일반화되기 이전에도 출장이나 여행 시에 사진기를 지참하여 국내외 이곳저곳을 찍은 사진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블로그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사진으로 대충 채운 다음 간단히 글을 쓰는 것은 왠지 성의가 없는 것 같아 피하게 되었다. 사실 딸과 아들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가 많다. 사춘기 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부모 마음을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는 나이가 된 것 같지만, 그들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므로 같이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을 먼저 살아본 아빠로서 전해 주고 싶은 말은 많지만 급속한 변혁의 시대를 살아가는 만큼 그들 신세대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가 없다. 학교에 다닐 때는 공부의 중요성과 공부 방법, 직장 다니는 시기에는 직장 생활의 자세와 tip, 독립체로서 주택 구입이나 증권 투자와 같은 재테크 방법과 경험,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그리고 지난 시기를 살아온 아빠의 삶과 경험 등에 대해 블로그가 그 공유의 마당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그리고 보니 작년 봄에 있었던 딸의 결혼식이 떠오른다. 코로나 초기 상황이기도 하지만, 1막 인생을 끝낸 시기이다 보니 하객들의 수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적극적으로 초청하는 것도, 그렇다고 기별조차 하지 않는 것도 모두 실례인 것 같았다. 최소한으로 추려서 청첩장을 돌렸는데 다행히 기대 이상으로 많이 참석해 주어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되돌아보니 코로나 때문에 그 당시 결혼식을 미루었으면 아마도 올해 초겨울 이후에야 가능했을 것 같다. 신랑 신부가 주례 없는 결혼식으로 기획했기에 사돈어른은 성혼선언문 낭독을 나는 하객 인사를 담당하게 되었다. 어떤 얘기로 하객 인사를 해야 할까 고민해 보니 첫째인 딸에게 과도한 기대로서 엄격하게 대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먼저 다가왔다. 이전과 달리 어떤 분야에서나 관심과 소질이 있으면 나아갈 방향이 있는데, 자신이 거쳐 온 길을 최선인 것으로 착각하고 독려해 온 것 같아 후회가 되었다.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을 다음과 같이 하객 인사에 담아 신랑 신부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 주었다. ‘코로나-19로 온통 어수선한 상황에서 오늘 새롭게 시작하는 신랑·신부의 앞날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 귀한 발걸음을 함께해 주신 하객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꽃 피는 사오월의 좋은 시기에 결혼을 시키고 싶어서 오래전에 택일했었는데, 이렇게 코로나 여파가 국내외로 지속될 것으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는 물론 국내 타지역에 체류하는 가까운 인척들과 지인들도 일부 참석할 수 없어서 본의 아니게 작은 결혼식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늘 참석해 주신 여러 하객님들의 성원 덕분에 알찬 결혼식으로 진행될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되돌아보니 시간이 참으로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날이 언젠가 오겠구나!”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겁 많은 딸애에게 자전거와 스케이트를 가리켜 주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순간에 제가 이 자리에서 감사의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본디 표현이 서툴러서 사랑하는 만큼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 오늘따라 못내 아쉽게 느껴집니다. 고백하자면 첫 애였기에, 경험도 없고 또 그만큼 기대치가 커서, 어릴 때부터 살 가운 칭찬보다는 독려만 해 왔던 부분에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바르게 커준 딸에게 고맙고 또 하늘만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울러 아직 부족함이 없지 않은 우리 딸을 예뻐해 주시는 사돈 내외분과 늠름한 신랑에게 새삼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항상 가까이에서 사랑과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고 이끌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신랑 신부가 이제 여러분 앞에서 약속한 것처럼 평생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물론 힘든 날도 있겠지만 둘 다 현명한 만큼, 잘 이겨내고 극복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하객 여러분께서도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고 신랑 신부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참석해 주신 하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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