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에 여파가 여전한 중에 블로그 글을 올려 본다. 지인들과 Tracking 모임에서 이번 토요일은 #남산 #둘레길을 걸었다. #녹사평역에서 만나 일단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류로 간단한 아침을 대신했다. 우연히 들린 카페는 이탈리아 볼로냐 지방의 전통음식이라는 #띠젤리를 판매했는데, #살라미와 각종 재료들을 넣은 바삭바삭한 식감의 빵 맛이 일품이었다. 물론 곁들인 커피도 그에 못지않았다. 주소지와 음식 사진을 카톡으로 딸에게 보내주며 시간 될 때 방문해 보라고 적극 추천해 주었다.
녹사평역에서 #이태원 언덕을 가로질러 올라가니 가파른 좌우로 상가와 빌라 등이 있었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부군당 역사 공원이 나왔다. 부군당은 조선시대에 마을 수호신을 모셔두고 주기적으로 제사를 지내 액을 몰아내고 복을 불러 동네와 주민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곳이라 한다. 바로 옆에는 #유관순 열사의 추모비가 있었다. 순국 이후 묻혀 있던 이태원공원묘지가 소실되기에 열사의 넋을 기리기 위해 추모비를 세웠다고 한다.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망은 일품이었다. #용산 인근의 미군부대를 비롯하여 오른 편으로 남산과 #남산타워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공원 바로 앞에 있는 빌라 옥상에는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의자와 천막으로 둘러싸인 소박한 공간이 보였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에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과 함께 혼술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부러웠다. 아이러니는 토속적인 부군당 바로 옆에 현대식 교회가 서 있다는 점이었다. 뉴스에서만 보던 삼성가의 #승지원도 보였고 여러 나라의 대사관저도 여기저기 전망 좋은 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랜드 #하이야트 호텔을 지나 왼쪽 방향으로 남산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양도성길 대신에 조금 안쪽 둘레길을 걸었으므로 왼편으로 #반얀트리호텔과 #국립극장이 보였다. 이전에 #약수역에서 시작하여 장충고등학교를 거쳐 #다산성곽에 이른 적이 있었는데, 성곽 안쪽으로는 자유총연맹과 신라호텔이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고 성 밖의 급경사 언덕 지역에는 빌라들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었다. 남산공원길 북측 순환로를 따라 걸어 #조지훈 시비를 지나 배드민턴장 옆에 있는 한옥식 식당 겸 카페에 들려 팥빙수로 갈증을 달랬다. 어린 시절에 “#어깨동무”라는 월간 어린이 잡지에서 보던 남산 어린이 공원과 한양도성 유적 전시관을 본 후 남쪽 순환도로 하이야트 호텔에 다시 이르렀다. 즉, 남산 둘레길을 한 바퀴 완주하였다.
내려오는 길은 과거 육군중앙경리단(현재의 국군재정관리단)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불리게 된 #경리단길을 택했다. 내려오며 좌우를 둘러보니 각종 맛집과 외교공관들이 보였다. 올라갈 때의 이태원 언덕길 상가와 마찬가지로 경리단길의 상당수 상가도 공실로 비어 있었다. 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니 이태원 인근에서 7개의 식당을 운영하던 연예인 #홍석천 씨가 마지막까지 운영 중이던 식당의 문을 엊그제 닫았다고 한다. 경사가 심하고 좁은 접근로와 주차 문제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선도적인 요식업자들에 의해 상권이 활성화된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 이후, 지속적인 임대료 인상과 결정적으로는 코로나의 여파로 공실이 발생하며 쇠퇴해 가는 것 같았다. 점심은 #해방촌까지 내려가서 하기로 했다. 맛집으로 알려진 #냉동삼겹살 식당에 도착하여 20여 분을 대기하다가 시원한 맥주와 소맥으로 목을 축였다. 갈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피김치를 비롯한 의외의 색다른 조합이 맛을 선사하기에 조금 과하게 소맥을 즐겼다. 결론적으로 오늘 들렸던 녹사평역 카페의 커피와 샌드위치, 남산 둘레길의 팥빙수 그리고 해방촌 길의 냉동삼겹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얼큰한 낮술 이후 귀갓길에 녹사평역 지하에 들리니 1945년에 미군 정찰기가 촬영한 용산과 남산 인근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현재 미군부대와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대전으로 이전한 육군본부 등이 있는 지역으로 일제 강점기에 설치된 병영 모습을 사진에서 그대로 볼 수 있었다. 한강과 남산 사이의 광활한 요지에 초기 #청나라 군대의 주둔 이후 #일본군에 이어 #미군이 주둔해 있었던 셈이었다. 세계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소모적인 논쟁에만 치우치다가 강대국들 사이에서 힘을 잃고 분열되는 반복적인 운명이 안타까웠다.
녹사평역에서 6호선 전철을 타고 #효창공원앞역에 내린 후 #원효로 쪽으로 걸어가며 여의도행 버스를 탈까 아니면 걸을까 하고 고민했다. 평소에 한강을 가로질러 다리 위를 걷고 싶었는데 소요 시간이나 복장 때문에 그동안 주저해 왔었다. 습도가 높아 조금 더웠지만 반바지의 편한 옷에 구름 때문에 햇살이 가려져 있기에 한강을 걸어서 횡단하기로 했다. 원효로를 따라 남쪽으로 걸어가다가 한강 근처에 이르러서는 #원효대교를 오르기 위해 빙 돌아서 강북강변로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거처 대교에 오를 수 있었다. 매일 출퇴근 시에 운전하며 원효대교를 건너 다녔는데 걸으면서 천천히 사방을 둘러보니 주변 전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원효대교 3분의 1 지점에 오니 #생명의전화가 설치되어 있었다. 세상사 어려움에 못난 생각을 품고 이곳까지 왔더라도 마지막으로 오던 길을 뒤돌아볼때 보이는 아름다운 남산 전경이 생각을 바꿔 주었으면 좋겠다. 원효대교 아래로 보이는 잔잔히 물결치는 한강 물은 큰 호수처럼 보였다. 조금 더 오니 아마도 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생들인 듯한 젊은이들이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좁은 인도를 지나치며 살짝 돌아보니 주인공 남녀가 부끄러운 듯 웃는다. 다들 졸업 이후 전공한 분야에서 희망하는 소망을 이루기를 기대해 본다.
지난 일 년 동안 틈틈이 서울 시내와 인근 지역을 걸으며 서울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꼈다. 북한산 둘레길, 서울 안산에서 인왕산과 북악산에 이르는 길, 서리풀공원과 몽마르트르 공원을 지나 우면산을 거쳐 양재에 이르는 둘레길, 석수역에서 출발하여 낙성대에 이르는 관악산 둘레길, 그리고 이번에 걸은 남산 둘레길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아기자기한 숨겨진 아름다움이 있었다. 오늘은 그중에 남산에서 아래로 서울 시내와 한강을 조망해 보았고, 귀갓길에는 한강을 가로질려 걸으며 고개를 들어 위로 남산을 되돌아 감상할 수 있었다. 어제 카트 없이 걷는 #골프장에서 10여 킬로미터 이상을 걸었는데 오늘은 전체적으로 20여 킬로미터를 걸었으니 이틀 동안 30여 킬로미터를 강행군했다. 두 다리는 뻐근해 오지만 주로 실내에 체류해야 하는 코로나 시기에 한꺼번에 몰아서라도 여한 없이 걷고 나니 한결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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