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과 수급 안정보다는 환경과 안전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청정에너지를 강화하겠다는 논리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작년 연말에 발표된 바 있다. 이를 위해 약 110조 원을 들여서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확충하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도 발표되었다. 수출의 근간인 주력산업의 지속적 경쟁력 유지와 올여름 같은 무더위에 마음 놓고 냉방기를 가동시키기엔 아직 전기료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젠 국가적으로 좀 더 비싼 전기료도 부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인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부유한 국가에 들어섰다는 뿌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에서 풍력발전은 2018년부터 2030년까지 16.5GW가 추가로 도입될 계획으로 되어 있다. 약 10여 년 전에 전체 지구적인 문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되었던 녹색성장 정책이 떠오른다. 그 당시 주요 조선사들은 조선/해양플랜트 사업을 이을 신수종 사업으로 풍력발전을 선정하여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예외적인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생각만큼 풍력발전이 성장하지 않는 현실에 부닥쳤다. 특히 국내의 경우에는 육상 풍력발전뿐만 아니라 가까운 근해의 해상 풍력발전에 대해서도 민원이 제기되며 해당 프로젝트의 진행이 여의치 못하게 되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3대 조선사들은 모두 풍력사업 분야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국내의 육상풍력발전기는 1메가 와트(㎿) 당 약 25억 원, 해상풍력발전기는 약 50억~60억 원의 설치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국내에서 풍황이 양호한 제주 지역의 풍력발전 설비의 평균 이용률이 23%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제주지역 풍력발전 설비 용량이 270㎿라도 실제 공급 능력은 62㎿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참고로 태양광발전의 국내 평균 이용률 또한 13%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풍력발전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설비 용량만큼 전력을 공급하지 못해 이를 '백업'하기 위해 화력발전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한다. 즉, 날씨나 기후 조건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줄 화력발전 등 기저전력(基底電力·지속적·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전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6/2018071600003.html#csidx0add6df644db507849d0d7b6bee3c3a '재생에너지 3020'에 부응하기 위한 풍력발전 분야의 대안은 무엇이 될까? 양호한 풍황 상태는 물론이고 민원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좀 더 먼 바다로의 진출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로 갈수록 바람의 질, 즉 풍황은 훨씬 좋게 된다. 이에 따라 원해에 설치한 해상풍력의 이용률은 최소 40% 이상으로 육상의 2배 이상에 이른다. 그러나 수십 미터 깊이의 연근해와 달리 수심 100여 미터에 이르는 깊은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어떻게 설치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수심 40~60미터 이내의 연근해에는 고정식 하부 구조물인 Monopole이나 Jacket 등을 기초로 풍력발전 Tower를 설치하면 되었다. 그런데 그 이상의 깊이에 이르게 되면 해저 기초에서 풍력 타워를 연결하는 방식은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어렵게 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80% 이상의 풍력발전 자원이 수심 60미터 이상의 해양지역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깊은 바다에서 풍력 발전은 결국 해상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시추선과 같이 부유식 원리의 하부 구조물로 접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약 29km 떨어진 수심 95~120미터인 해양에서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하였다. 6MW급 풍력발전기 5기로 구성되어 작년 10월부터 발전을 시작한 Hywind Scotland는 평균 이용률이 기대 이상인 65%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공사비가 152백만 파운드이므로 MW당 대략 73억 원 수준으로 건설된 것 같다. 단순 계산으로 건설비가 국내 풍력발전 건설비의 3배 이내 수준이고 이용률은 대략 2.5배 이상 수준이 된다. 이러한 부유식 해상풍력은 민원 발생이나 미관상 문제를 회피할 수 있으면서도 최대 3.5까지 부여되는 REC를 고려하면 발전 경제성을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PPI 사에서도 세 개의 원통형 구조물을 연결한 (tri-column triangular) 하부구조물인 WindFloat를 개발하여 포르투갈 인근 해역에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2MW급 풍력발전기로 실증실험을 성공적으로 종료하였다. WindFloat는 다른 부유식 하부 구조물에 비해 조선소에서 완전히 조립 후 견인하여 현장 설치, 세 개의 원통형 구조물 사이로 물을 능동적으로 이송하여 풍력터빈 가동 시에 정적/동적 안정성 확보 가능, 해양 고박의 경우에도 기존에 사용되는 경제적인 Mooring 장치 사용, 하부 구조물이 비교적 낮게 수면 아래에 있으므로 낮은 수심의 해역에서도 이송 및 설치 가능 등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현재 5~8MW급 용량의 대형 풍력터빈을 설치할 수 있도록 신규 모델을 개발한 후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추진되던 육상 풍력은 물론이고 서해를 중심으로 연근해의 해상풍력 추진에도 많은 난관에 부닥치고 있다. '재생에너지 3020'을 계기로 이번 기회에 발상을 전환하여, 양호한 풍황을 가졌지만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는 동해안을 대상으로 부유식 해상풍력을 추진해 봄이 바람직해 보인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산업부 에너지기술평가원 주도로 부유식 해상풍력 국책과제도 준비되고 있고, 울산을 중심으로 동해안의 부유식 상업용 해상풍력 발전 단지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부유식 해상 풍력의 하부 구조물인 부유체에 대해서는 국내 조선사에서 용이하게 제작할 수 있고, 아울러 국내 철강사의 후판을 이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으므로 조선해양 플랜트를 이을 신사업으로 이번 기회에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8. 8. 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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