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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Jay K. Yi

건설 사업의 특징 및 Risk 관리

발전소 설계 및 시공과 관련하여 약 2년간 대형 건설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건설업, 즉 EPC 비즈니스란 무엇일까? 통상 새로운 구조물을 설계하고 필요한 설비를 구매 후 시공하여 발주처에 제공하는 용역을 얘기한다. 즉 발주처를 대신하여 설계-조달-시공(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 EPC)을 일관 수행하는 비즈니스이다.


그런데 최초 형태의 구조물을 공급할 때는 설계나 시공에 High Tech 기술이 요구되고, 진입장벽이 높게 형성되므로 매우 높은 부가가치 즉 고수익이 동반된다. 예를 들어 인천대교 같은 초장 대교나 초고층 빌딩 혹은 심해 터널 등이 그런 유이다. 그런데 주거용 건물이나 화력발전소 등과 같이 성숙된 공종의 경우에는 기술적 진입장벽이 사라지므로 프로젝트 수주 단계에서부터 극심한 경쟁이 벌어진다. 이는 대부분의 시공사가 관련 실적을 보유하고 있고 그 기술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적절한 이윤을 가지는 프로젝트 수주가 불가능하므로, 건설기간 동안의 환율 변동이나 예기치 못한 사고 등으로 추가 원가가 발생하면 해당 프로젝트는 바로 손실을 입게 된다.


최근 국내의 복지 중시 정책과 해외의 저유가에 따른 재원조달 문제 등으로 대형 건설 시장은 심각한 침체 상태에 있다. 즉, 토목, 도로, 항만, 공항 등 인프라 분야와 정유, 발전소, 생산/제조설비, 제철 등 플랜트 분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저금리에 따른 아파트 분양 사업 활성화로 건축 분야만 2~3년간 호황을 유지하며 건설사를 유지시켜 주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제 사업 확장보다는 Risk Management를 중시하는 실속 경영 체제를 강화 중에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건설사의 CEO를 비롯한 핵심 포스트도 시공 현장이나 설계를 담당했던 기술직보다는 재무 출신으로 대체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실 건설 사업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수많은 Risk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매출 이익률을 확보하여 착수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발주처의 클레임이 있더라도 추가 원가 발생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중동이나 아시아 지역 건설시장에서는 중국, 터키 등 신흥국 건설사들이 저렴한 인건비와 낮은 비용의 설비 조달 네트워크로 국내 건설사들 보다 월등한 원가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남미의 경우에도 발전플랜트 등에 있어서 신규 수요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인연이 있는 스페인 등이 자국의 환율 경쟁력을 발판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 들은 해외 시장에서 수주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실행 등 모든 단계에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결국 EPC 건설사들은 극심한 경쟁을 뚫고 낮은 가격으로 라도 수주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물론 내부적으로 사업 재정비나 인력 구조조정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난국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프로젝트 수주 가격이 낮더라도 실행 단계에서 뼈를 깎는 원가 절감과 추가 원가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철저한 Risk 관리에 있다고 생각된다. 어떻게 보면 이제 건설업은 위험관리 즉, Risk Management 여하에 생존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이러한 위기 사항을 탈피하기 위한 건설업의 대안은 무엇일까? 설계 과정에서는 과잉 설계를 배제하고, 견적 과정에서는 경쟁력 있는 견적가를 도출하고, 수주 성공 이후의 실행 단계에서는 철저한 사전 공정 검토로 추가 원가 발생 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건설회사 내에서도 설계 부서에서는 안전 마진을 가진 설계를 하려 하고, 영업조직은 수주 목표를 중시하여 저가 수주도 불사하려 하며, 프로젝트 실행 부서는 매출 이익 확보를 위해 은근히 고가 수주를 기대한다. 즉, 영업조직에서는 협력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으로 최소의 견적가로 입찰하려 하나, 실행 부서에서는 실행 단계의 Risk를 고려하여 낮은 견적가를 기반으로 하는 저가 입찰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있어야 실행조직도 조직을 운영하며 존재할 수 있은 것 아닌가? 따라서 이제는 저가로 수주하더라도 실행 단계에서 여하히 효과적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하여, 어려운 시기를 무난히 넘겨야 한다는 인식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것 같다.


물론 각 사마다 프로젝트 사업성 판단을 위한 ’Risk 검토 및 관리’ Process를 운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고경영자조차도 수주 목표액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Risk 검토가 형식적으로 흐를 여지도 많다. EPC 건설사의 주요 Risk는 프로젝트 기간 중에 발생하는 공기 지연, 사고, 정책 변화 등에 따른 건설비 증가, 즉 추가 원가 발생의 문제이다. 물론 계약서에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건설사의 귀책사유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는 발생된 추가 원가에 대해 발주처에 클레임을 제기하여 커버할 수 있지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가 남미에서 시공했던 가스터빈 발전소의 사고 사례이다. 동 발전소는 완공 후 상업운전 중에 터빈 로터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되었다. 발주처, 시공사, 터빈 공급사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근본적인 사고 원인은 차동기공진(Subsynchronous Resonance, SSR)으로 판명되었다. 참고로 차동기공진은 국내와 같이 잘 구축된 전력계통망의 국가에서는 일어나지 않으나,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의 원거리 전력계통망에서 송전 효율 향상을 목적으로 직렬 Capacitor를 설치한 경우에는 나타날 수 있는 공진현상의 하나이다. 즉 직렬 Capacitor를 가진 전력계통으로부터 60헤르츠 이하의 계통 공진 주파수가 발전소로 역류되면 발전기 고정자와 회전자 사이의 공극에서 전자기적으로 힘이 작용하여 결국에는 발전기 회전자와 터빈 축의 회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때 전달된 진동수가 터빈 축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하게 되면, 기계적으로 공진을 일으켜 터빈 축에 고주파 피로현상에 의한 결함을 발생시킨다.


사고 원인은 밝혀졌더라도 그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가 발주처, 시공사, 터빈 공급사 등 어디에 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발주처는 당연히 발전소 가동 불가에 따른 전력계통 운영사에 대한 위약금 문제와 EPC 계약서에 통상적으로 적혀 있는 시공사의 우선적 원상회복 조치 규정 등을 들어서 조속한 조치를 시공사에게 요구한다. 이에 따라 시공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막대한 추가예산을 투입하여 원상회복 조치를 먼저 취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사고 복구 이후에 EPC 계약서를 근거로 하여 지난한 책임공방이 진행된다. 그러나 시공사는 발주처와 터빈 공급자 등과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같이 해 왔고 앞으로도 같이해야 할 입장에 있다. 따라서 Arbitration 등으로 법정에서 해결하기에 앞서 상호 우호적인 해결책이 우선적으로 검토된다. 사고 초기에는 Force Majeure 유형의 사고이므로 발전소 운전보험으로 커버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없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을 보험사는 그냥 지불할 것인가? 동 건의 경우에 관련 세 회사 사이에 실무 당사자 협의, High Level 협의, Mediation 등의 절차를 거쳐 합의 도출을 시도하였으나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결국 고액의 법무 비용과 오랜 시간, 그리고 누가 어떻게 승자가 될지도 모르는 Arbitration 단계 직전에 해당 3사가 분담하는 것으로 대 타협이 이루어졌다. 결국 건설사는 동 프로젝트에 대해 당초에 기대했던 수익 이상 규모의 추가 손실을 지게 되었다.


이는 건설 프로젝트의 수주뿐만 아니라 실행단계에서도 Risk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주는 예이다. 물론 특별한 계통 환경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차동기공진에 대한 관련사의 무지 혹은 무시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발주처 입장에서는 EPC 건설사가 그런 분야에 전지전능하다는 전제하에 일을 맡기는 것이다. 결국 건설 프로젝트의 실행 착수에 앞서 세밀한 공정 분석을 통해 예상 Risk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하여, 어떠한 추가 원가도 발생시키지 않을 기술력과 철저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해외 사업에 있어서 이와 같은 분쟁이 발생하면 서로 다른 문화와 법률 체계 때문에 그 해결에 상당한 비용과 인적자원의 투입이 동반된다. 특히 해외 보험사나 보험 전문가, Mediation 혹은 Arbitration 분야의 전문 변호사들은 대부분 영국 런던에 소재하는 법무법인 소속으로 영국인 변호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과 생소한 법률 용어를 영어로 소통하는 일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 해외 프로젝트의 분쟁 발생은 사전에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이후로서 책임소재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면 상호 협의하여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법무비용이나 불확실성 최소화 차원에서 최선일 것이다.


결국 건설업에서는 중국은 물론 동남아 건설사들과도 경쟁할 수 있는 철저한 원가 및 리스크 관리가 더욱 절박하다 할 수 있다. 특히 신정부 들어 복지 분야로 예산이 집중되며 SOC 등 건설 사업 분야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국내 건설업의 미래는 이러한 국내외 위기의 시기를 여하히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2018. 2. 2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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