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철(Fe)에 2% 이내의 탄소(C)와 기타 소량의 원소(Si, Mn, P, S 등)가 함유된 일종의 합금이다. 이러한 철강이 가전, 자동차, 조선, 건축, 각종 Infra 등의 구조재로 인류의 실생활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는 비교적 경제성 있는 가격 수준과 높은 강도를 가지는 철강의 특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철(Fe)은 지구 지각 중에 질량 비율로 산소(46.6%), 규소(27.7%), 알루미늄(8.1%)을 이은 4대 구성 원소의 하나(철, 5%)이다. 제선 기술과 제강 기술의 발전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한 장소에서 철광석을 환원하여 용선을 만드는 고로에서부터 압연을 거쳐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 체계를 구성함으로써 더욱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철강 생산과정의 부생가스나 폐열을 재활용하여 제철소 소요 전력의 50% 이상을 충당하고,용수뿐만 아니라 슬래그나 슬러지 등도 시멘트와 도로 포장재 등으로 대부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철강 가격은 물값과 비교되기도 한다. 즉 열연강판 1톤의 시장 가격이 현재 70만 원 수준인데, 플라스틱 병에 든 물 1리터(1kg)를 대략 1000원으로 본다면 톤당 1백만 원 수준인 물보다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철강은 경제 발전과 더불어 그 수요가 급증해 왔다. 1950년대에 세계 철강 생산량은 약 2억 톤 수준이었는데 2000년 즈음의 8억 톤을 거쳐 2000년대 이후엔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함께 연평균 5% 이상으로 성장하여 2010년대에 들어서는 16억 톤 이상에 달하게 되었다. 1인당 철강 소비량을 연간 0.3~0.5톤 정도로 본다면 2050년 경의 90억 예상 인구 시대에는 45억 톤 수준까지 철강 생산량이 지속 성장할 것이다. 철은 또한 최고의 재활용 소재여서 전 세계적으로 철의 재활용 비율은 60%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만 보면 2008년 기준으로 재활용률이 83%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에서 생산되는 조강량의 40%가 고철을 이용한 재활용 강이 차지하고 있다.
철은 인간의 생명 유지에도 불가결한 존재이다. 폐에서 호흡 과정으로 얻어진 산소는 혈액에서 철 원소를 포함한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한 후 포도당의 산화 반응을 일으켜 생명체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또한 철은 고려청자의 아름다운 색상 구현에도 관계한다.이는 유약 성분에 들어 있는 3%의 철이 1300도 내외의 가마 내에서 환원 반응을 일으켜 아름다운 비취색을 발현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은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지구자기장 생성의 근원이기도 하다.지구 중심부의 외핵 부분에는 철이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외핵 내부의 밀도나 온도차 등으로 이온성 철 원자들이 대류 운동을 하게 되면 다이나모 현상으로 전류가 발생하여 지구자기장을 생성시킨다. 만일 지구자기장이 없다면 태양에서 우주공간으로 흩어져 나오는 전자나 양전자 등의 대전입자가 지구 표면에 그대로 쏟아져 생명체를 위협하고 인공위성 등을 이용한 무선 통신을 무력화 시키게 된다.
철의 원자와 원자는 금속결합을 한다. 이는 금속 최외각전자로 이루어진 자유전자의 바다에 양전하를 띤 원자 핵과 원자핵이 상호 결합되어 있는 구조이다. 금속이 광택을 띄고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하는 특성도 이러한 자유전자 때문이다. 원자가 3차원 공간에 결정학적으로 배열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를 단위격자라 한다. 금속의 단위격자는 아연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조밀육방정,알루미늄이나 은과 같이 가공이 잘 되는 면심입방정,철이나 텅스텐같이 통상적으로는 변형을 일으키기 어려운 체심입방정 등 주로 3가지 유형이 있다. 이러한 단위격자의 반복적 배치로 금속재료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열역학적 측면이나 여러 요인에 의해 재료 내부에는 결함이 존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원자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 원자가 빠져나간 공공(Vacancy), 공공이 일차원적으로 이어진 선결함 형태의 전위(Dislocation), 재료 내에 결정 방향이 서로 다른 결정립(Grain)과 이의 경계인 결정립경(Grain Boundary) 등이 다양한 형태의 결함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결함 주위의 결정 구조는 변형 왜곡되어 일종의 에너지장이 동반되게 된다. 결정격자의 왜곡(Distortion) 형태에는 격자를 이루는 원자 사이에 크기가 작은 원자가 침입형으로 들어간 경우(침입형 원자)와 기존 원자를 치환하여 자리를 잡은 경우(치환형 원자) 등이 있다. 또한 이종 원자들이 한곳으로 모여 석출(석출강화)된 경우나 압연(가공강화)등에 의한 가공으로 결정립이 미세화되어 결정립계의 면적이 증가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태의 재료에 외력이 가해지면 이들이 전위의 이동을 방해하여 강도를 증대시키게 된다.
이상에서 소개한 다양한 강화 기구를 복합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철강의 강도를 200MPa에서 2000MPa 범위까지 원하는 강도로 제조할 수 있게 된다. 강화 기구의 적용은 각종 열처리 공정과 압연 등의 가공 공정으로 가능하게 된다. 열처리 과정의 예로서는 철강을 가열하여 오스테나이트 조직이 되도록 한 후 물이나 기름에 담가 급속히 냉각시켜 금속 조직을 마르텐사이트나 베이나이트로 변태시켜 강도를 높이는 담금질 과정이 있다. 또한 결정립을 미세화 시켜 인성과 연성을 향상시키는 불림이나 풀림 등의 열처리도 있고, 담금질 처리한 철강을 강도는 유지하면서 인성을 향상시키는 뜨임 열처리도 있다. 따라서 전위의 이동을 방해할 수 있는 합금 성분의 구성과 비율 그리고 제조 과정의 열처리와 압연 등의 조합으로 철강의 기계적 특성을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다.
제철소의 압연공정에는 이러한 강화기구가 적용되어 있다. 열연공정을 예로 들면, 연속주조 공정에서 생산된 슬라브를 가열로에서 오스테나이트 조직이 되도록 가열한 후 압연과정에서 압하율과 압연속도 제어를 통해 재결정을 일으키고 결정립의 크기를 조절한다. 이어서 냉각공정에서 상변태를 유기시키고 코일 형상으로 권취하는 과정에서 공냉을 통해 최종적으로 원하는 제품 특성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철강 기술의 발전은 결국 최종 수요처에서 요구하는 강도, 인성, 용접성, 가공성, 내부식성 등 제 특성을 가질 수 있는 철강재의 개발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선과 제강의 쇳물 생산 단계에서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고청정화 기술과 값비싼 합금 원소를 대체하는 저가 합금 원소 혹은 합금 생략 설계, 압연공정에서는 조직 내에 다양한 상(Phase)를 생성시키는 상제어 기술과 미세한 나노입자 형성을 통한 강도 증대 기술 등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금속의 강화기구인 고용강화, 가공강화,결정립미세화,석출강화 등의 방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하여 원하는 특성을 가지는 철강 제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지속 발전할 것이다. 2018. 10. 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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