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학을 전공하고 굴지의 철강사에서 15년 이상을 근무했지만 철강 선재(Wire Rod, 코일 모양으로 감긴 강재) 분야의 복잡한 가치사슬에 대해서는 최근에서야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철광석을 환원하여 만든 쇳물(포스코나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이든 고철을 전기로에서 용융하여 만든 쇳물(동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전기로 업체)이든 후속 공정을 위해서는 합금화와 청정도를 높이는 제강공정을 거치게 된다. 그 후 산업체에서 활용하는 판재류나 봉형강류(형강, 봉강, 철근, 선재, 레일)를 만들기 위해 슬래브나 블룸 혹은 빌렛(160mm의 정방형 단면을 가진 강편 반제품) 등의 중간제품 형태로 쇳물을 응고시키게 된다. 여기서 선재는 중간 소재인 빌렛을 공형의 압연기로 연속 압연 및 각종 열처리를 하여 직경 5.5~42mm의 다양한 크기로 만든 후 보관과 이송이 용이하도록 코일 형태로 감아(권취)생산한다.
철강사에서 생산된 1차 반제품인 선재는 자동차, 기계, 조선, 건설 등 다양한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가공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신선가공하거나 압조성형 하는 등의 후속 공정을 거치게 된다. 즉 선재를 냉간에서 인발 혹은 신선하거나 열처리를 조합하여 제조한 냉간 압조용 강선(CHQ Wire), 선재를 냉간 인발하여 표면을 절삭 혹은 연삭한 마봉강(CD-Bar),경강 선재를 직경 0.15~0.38mm의 극세선으로 신선 가공하여 황동 도금한 타이어 코드 등 다양한 2차 공정이 있다.
한국철강협회의 2016년 국내 철강제품 생산 통계를 살펴보면, 총 생산량 7,430만 톤 중에 판재가 4,640만 톤(62.4%),봉형강류가 2,000만 톤(27%),각종 파이프를 만드는 강관이 520만 톤(7%)를 차지하고 있다. 봉형강류 약 2,000만 톤 중에서는 건설용으로 사용되는 철근이 1,000만 톤(봉형강류의50%), 코일 형상으로 감겨 생산되는 선재는 약 250만 톤(봉형강류의12.3%)이 된다. 국내 철강 생산량 7,430만 톤에서 보면 선재의 점유율은 3~4% 정도로 미미하지만, 다양한 후속 공정을 거쳐 볼트, 못, 철사 등과 같은 일상 용품에서부터 자동차용 타이어 코드,밸브 스프링, 베어링 등의 핵심 부품 생산에 활용되고 있다.
용도에 따라 선재를 구분해 보면 크게 일반강과 고급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강은 철선, 못, 철조망 등에 활용되는 연강 선재와 피복아크 용접봉에 활용되는 일반 용접봉이 있다. 그리고 고급강은 와이어로프나 타이어 가장자리 강화에 사용되는 Bead Wire 등의 경강 선재,특수 용접봉,그리고 특수강 등으로 구분된다. 특수강에는 샤프트(Shaft)나 단조 부품에 사용되는 기계구조용 탄소강, 고장력 볼트나 샤프트에 사용되는 합금강, 볼트/너트/리벳 등 각종 Fastener에 사용되는 CHQ 선재, PC 강선이나 피아노 등에 활용되는 피아노 선재,타이어에 사용되는 타이어 코드,각종 스프링 제조에 사용되는 스프링강, 베어링이나 금형 Pin에 사용되는 베어링강, 정밀 절삭 기계부품 제작에 사용되는 쾌삭강, 기타 콘크리트 강화에 사용되는 고장력강 등이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선재에 해외에서 수입되는 선재를 합한 국내 선재 수요는 대략 340만 톤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에서 약 1/3인 140만 톤 내외가 자동차 산업에서 사용된다. 자동차 1대에 평균적으로 사용되는 선재 제품 중에 약 50%가 CHQ이며 기계구조용강,스프링강, 베어링강, 타이어 코드/비드 와이어,쾌삭강 등의 순이다. 자동차용 선재 부품은 선재를 강선(CHQ 등)이나 CD Bar(마봉강)로 가공한 이후, 볼트/너트류, 스프링, 베어링, Shaft 류 등으로 가공하여 조립하고, 타이어용으로는 Tire Cord와 Bead Wire를 활용하는 체계이다. 일반 승용 자동차 1대에는 대략 100~150kg 전후의 선재 부품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 타이어 코드와 비드 와이어가 대략 10~15kg 차지하고 있다. 승용차에 사용되는 철강 소재를 약 1 톤 내외로 본다면, 선재로 만든 볼트/너트, 샤프트, 타이어 코드,스프링, 베어링 등이 자동차에서 약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자동차용 선재 부품 산업의 Value Chain은 프로세스가 길고 사슬 간에 독립된 수많은 중소규모 부품업체가 존재하는 것이 특징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의 선재 제조사에서 생산된 선재(Wire Rod)는 1차 강선 가공사를 통해 CHQ, 스틸코드, 스프링 와이어, 베어링 와이어 등이 생산되고, 이를 이용하여 2차 가공사인 부품 제조사에서 볼트류, 스프링류, 베어링류, 엔진 밸브류 등 각종 부품 등을 생산하게 된다. CHQ를 이용하여 볼트/너트류를 생산하는 업체만 예를 들어 보아도,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에 등록된 70여 개사 이외에 수백여 개 사가 있다고 한다. 선재는 철강 생산량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다양한 후단 공정과 이를 통한 수많은 유형의 제품 생산 과정은, Value Chain이 매우 복잡하여 전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산업인 것을 알 수 있다. 2018. 9. 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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