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계열로 대학에 입학한 이후 2학년이 되면서 전공분야로 금속공학을 자의반 타의 반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그 당시 금속공학은 화학야금(Chemical Metallurgy), 물리야금(Physical Metallurgy), 금속가공(Metal Processing)의 3개 분야로 대별되어 소개되었다. 철광석 원료에서부터 고로를 이용하여 쇳물을 생산하고 이를 후속 열처리와 압연과정을 거쳐 판재나 선재를 생산하는 일관제철소의 화학야금과 물리야금,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철강 중간제품을 기반으로 자동차용이나 가전제품용 혹은 파이프(배관)와 각종 기계적 부품 등을 생산하는 후속 공정의 금속가공 등으로 설명된다.이를 좀 더 자세히 기술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표면에 있는 4대 주요 원소(O, Si, Al, Fe) 중 철을 얻기 위해서는 산화물 형태인 광석에서 철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철광석(Fe2O3, Fe3O4)을 채굴하고 분류하는 선광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선별된 고품위 철광석과 석탄을 건류하여 만든 코크스 등을 주요 원료로 하여, 제철소의 용광로(고로)에서 철광석을 환원시켜 쇳물(철광석 + 탄소 => 철(용선) + 이산화탄소)을 만들게 된다. 그 후 쇳물에 각종 합금원소를 첨가하고 고속으로 산소를 불어넣어 탄소성분을 연소시켜 청정화 시킨 후, 연속주조 방식으로 응고시켜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혹은 잉곳 형태)를 생산한다. 이러한 과정은 주로 화학 및 열역학적 반응이 주요한 역할을 하므로 화학야금이라 한다. 일관제철소에서 원료/코크스, 제선, 제강 공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추가로 언급하자면 2000년대 말부터 크게 이슈가 된 지구 온난화, 즉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이 공정에서 크게 문제가 된다. 철광석 환원에 탄소가 활용되므로 기본적으로 1톤의 철을 얻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2톤 내외의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글로벌 제철사에서는 제철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철광석의 환원제로 탄소가 사용되는 특성상 가까운 장래에 해결책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어서 슬래브나 잉곳 등의 철강 반제품을 각종 열처리와 기계적 가공(압연공정)을 거쳐 물성(강도, 인성, 내충격성 등)을 강화 시키고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제조하는 단계가 진행된다. 즉, 조선해양이나 건축/토목 등 두꺼운 판재를 필요로 하는 곳을 대상으로 후판을 생산하여 공급하고, 자동차나 건축, 가전 등에 필요한 비교적 얇은 판재를 위해서는 두루마리 형태로 감은 열연 코일을 생산하게 된다. 후속 단계로 이들 열연 코일에 붙어 있는 스케일(산화물 등)을 산에 녹여 제거하고,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추가적인 열처리와 냉간 압연 과정을 거쳐 판재의 표면 특성과 물성이 강화된 냉연 코일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제조된 냉연코일에 내부식성이나 미적 특성을 주기 위해 아연이나 주석 혹은 도료 등을 입혀서 최종 용도에 부합되는 도금강판을 만들게 된다. 주로 가열과 냉각 등의 열처리, 합금화, 압연 등의 기계적 가공이 주요 공정이 되므로 이를 물리야금이라 한다. 일관제철소에서 후판, 열연, 냉연, 도금, 선재 등의 공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금속가공분야는 중간제품인 후판, 열연 및 냉연 판재를 자르거나 굽히는 절단/절곡, 서로 붙이는 접합(용접), 부식 방지를 위한 방식 처리,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만들기 위한 기계적 가공, 부식 방지나 표면 개선을 위한 도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분야는 철강 반제품을 이용하여 후속 가공하는 형태이므로 대기업보다는 주로 중견/중소기업에서 수행된다. 철강 산업의 가치사슬은 고로를 가진 제철사, 전기로로 조업하는 제강사, 제철/제강사에서 만들어진 열연/냉연코일 등을 기반으로 표면가공, 신선, 인발, Piping 등의 2차 가공품 제조사, 이렇게 만들어진 판재, 봉강, 선재, 파이프 등을 추가로 절단, 프레스, 절삭 등의 기계적 가공을 하여 최종 부품 등을 제조하는 업체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에서 발전되어 유럽과 미국을 거쳐 일본의 임해 제철소에서 꽃피운 대규모 일관제철소는,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이후 포항제철소의 가동과 함께 본격화되었다.즉, 그 이전에는 주로 전기로를 이용하여 고철을 용해시켜 철강제품을 만드는 중/소규모 제강업체뿐이었다.포항제철소와 이어서 건설된 세계 최고의 일관제철소인 광양제철소의 가동은 산업의 쌀인 철을 자급하게 하여, 우리나라의 조선, 기계, 자동차, 가전 등 수출 주력 중공업 사업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게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80년대 중반에 대학을 졸업하였으므로 일관제철소뿐만 아니라 중공업체에서도 화학야금, 물리야금, 금속가공 등 모든 분야의 수요가 높았던 행복한 시기였다.
아무튼 70년대에서 80년대는 50년대 전후에 발전된 고체물리학과 이에 따른 “전위(Dislocation)’라고 하는 기계적 가공의 원리 등이 규명되어 응용되었고, 아울러 X-선 회절과 전자현미경 등 연구 장비의 발전에 따라 상당수의 졸업생들이 물리야금 분야를 선호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물리야금은 반도체 제조 사업에도 직접적으로 활용되어 우리나라 반도체 사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90년대 이후에는 산업화에 따른 공해 문제로 환경보존이 중요해졌고, 이때 금속공학의 화학야금 전공자들이 환경공학 분야로 이동하여 폐기물 처리나 도시광산과 같은 유가금속 회수 등의 산업에 기여하기도 하였다. 2018. 8. 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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