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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Jay K. Yi

직장인 승진과 비책

대졸자들은 통상적으로 어학, 봉사활동, 자격증 등의 스펙을 갖춘 후 민간 기업이나 공기업에 공채를 거쳐 입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중에서도 대기업 범주에 취업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높지 않겠지만, 일단 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기본 이상의 생활수준을 영위할 수 있는 연봉이나 복지 혜택 등이 따르게 된다. 그런데, 그 힘든 취업 허들을 거쳐 신입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들에게는 또 어떤 장애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직장인들은 본인들의 담당 업무에서 삶의 보람을 찾고 그 대가로 생활에 필요한 임금을 받는 것이지만, 과연 몇 프로나 자신들의 직장생활에 만족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형태는 다르지만 고달픈 노동의 대가로 급여를 받는 노동자의 한 유형일뿐일 수도 있다. 대가를 받는 그들은 매년 업무 성과에 대해 대학에서 학점을 취득하는 것에는 비견할 수 없는 수준의 엄격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즉, 자신의 직상위자와 차상위자의 정기적 평가뿐만 아니라 동료들로 부터도 다면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인사부서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평가가 진행되기도 한다. 즉 그들에 대한 업무 수행 특성, 성격, 인성, 향후 육성 방안 등에 대해 기술하는 평가가 진행되기도 한다. 매년 그들의 업적이나 역량에 대한 인사평가 결과는 그해의 연봉이나 승진 가점에 영향을 미치고, 또한 인사부서의 보이지 않는 평가 결과는 보직 부여의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대리에서 과장/차장까지의 승진은 인사고과, 어학, 자격증, 기타 회사에서 요구하는 교육 점수 등으로 자동 계산되는 승점 포인트에 따라 비교적 어렵지 않게 진행된다. 사실상 성실하게 근무하면 입사 동기들에 비해 특별히 떨어지지 않는 승진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과장/차장 등의 직위에서도 실세 부서나 해외 지사 근무 등의 보직 부여에는 일종의 발탁 개념이 적용된다. 즉, 기본적인 자력(업적 및 역량 등)은 물론이지만, 직계 상사들의 확실한 지원과 인사 부서의 암묵적 확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사실 이런 실세 부서 보직은 향후 임원진으로 성장할 유력 상사들과의 근무 인연이 작용되는 시점이 되므로, 이후 팀장이나 부서장 등으로 발탁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직위(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승격과 달리 직책(팀장, 파트장, 그룹장 등 부서장) 보임은 드디어 본격적인 경쟁의 결과로 나타난다. 물론 요구되는 자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해당 보직 전임자의 강력한 추천과 담당 임원 이상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부서장 지위에 오를 시점인 2000년대를 전후하여 그간의 부서제가 팀제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해당 부서원들은 직급에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일하며, 직책자인 팀장이나 그룹장에게서만 지시를 받고 보고하는 체계가 되었다. 다시 말하면 팀장이나 그룹장 아래에 다양한 직위의 직원들이 있더라도 서로 선후배 동료 관계일 뿐이고, 업무 체계 단순화 시켜 해당 직책자와 조직원이 직결되어 추진되는 구조이다.


담당임원, 조직장, 조직원 구도로 업무가 추진되므로 차장이나 부장급에서는 조직장으로의 보임 여부가 중년 이후 직장 생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헌신적인 업무 수행과 노력은 기본이고, 주변의 유관 네트워크 지원이 없으면 조직장으로의 보임은 매우 힘들다고 있다. 그러면 유관 네트워크에는 어떤 유형들이 있을까?


가장 기본적으로는 담당 임원과 인연 여부일 것 같다. 학연이나 지역연고 등도 중요하지만, 공기업이나 준 공기업의 경우에는 일종의 근무연이 최우선일 것 같다. 즉, 담당 임원이 초/중급 단위의 조직장 등으로 근무할 때 그를 보좌하며 동고동락한 경우가 직책 천거의 1 순위일 것 같다. 특히 그들이 지방의 생산 혹은 건설 현장에서 어려운 시절을 같이 근무한 인연이라면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향후 임원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상사를 미리부터 만나서 같이 일하며 인정을 받는 기회의 확보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사실 임원이 되거나 임원에서 전무, 부사장 등으로 승진하는데 있어서도 이런 인연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즉, 이런 근무 인연이 있는 분이 사장이 된다면, 당연히 근무연이 있는 옛 부하직원이 임원 발탁 대상 1순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적이 뛰어나야 하지만, 이는 포장하기 나름이다. 예를 들어 재벌기업에서 창업자의 후손이 새파란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되어도 얼마나 그의 성과를 잘 포장하는지는 매년 신문에서 볼 수 있지 않는가?


또한 경기 상황이나 정부 정책도 본인들의 직장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IMF 때를 생각해 봐라. 그땐 회사 측에서 직원들에 대해 승진은 고사하고 구조조정하기에 바빴다. 어쨌든 살아남아 있어야 다음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때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은 무능해서인가?

최근에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경제성 중시에서 환경 및 안전성 중시로 바뀌었다. 즉, 석탄이나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 생산보다는 태양광이나 천연가스복합 발전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그간 우수인력을 근간으로 국가 R&D 자원을 투입해 국산화해 왔던 원자력과 석탄발전 분야는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의 수지 타산이 중요하므로 제일 먼저 해당 분야 임원 숫자를 줄이게 될 것이고, 대부분 전문성을 가진 엔지니어 출신들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직장 내 사내정치와 줄을 타는 등의 처세에 익숙하지 못하므로 해당 산업 분야의 전망 악화라는 명분에 여지없이 영향을 받게 된다.


어쨌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부장이라는 직위까지는 동기들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정도로 승격을 하나, 임원 레벨로 승진을 지향하려면 팀장 등과 같은 직책 보임을 필연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 이후 임원으로의 승진은 뛰어난 업무 실적과 훌륭한 평판, 혹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내 인맥이나 임명권자인 사장과의 근무 인연, 혹은 내외부 유력인사들의 적극적 천거와 지원 등 어느 하나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하튼 대학 졸업 이후 유력 민간 기업이나 공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어렵지만, 거기서 조직장을 거쳐 임원 레벨로 올라가는 일도 정말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측면에서는 運七技三, 아니 運九技一의 運 부분에 직장 내 인생이 의존된다고 할 수 있다(누군가는 運七福三 아니 "運十一 技(마이너스)一"이라 하던데...). 그렇지만 우리는 그 運을 미리 알 수가 없으니, 승부가 나기 이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일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직장인들의 불면증과 스트레스, 그리고 희로애락이 함께하게 된다. 018. 2. 1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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