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화성 사이의 거리가 5500만 km로 가장 가까워지는 작년(2020년 7월)에 미국, 중국, UAE에서 화성으로 무인 탐사선을 발사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Perseverance 탐사선은 약 5억 킬로미터를 날아가 올해 2월 18일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특히 착륙 로버 아래에 매달고 간 소형 헬리콥터 Ingenuity로서 지구 대기의 1%에 불과한 화성에서 양력을 만들어 지구 외 천체에서 첫 동력 비행을 성공 시켰다. NASA는 탐사선 퍼서비어런스를 개발하는 데는 약 3조 원, 그리고 품고 간 소형 드론인 인제뉴어티를 만드는 데 약 950억 원을 들였다고 한다. 과연 천조국(!)의 부러운 위상이라 할 수 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중국도 무인탐사선 톈원 1호를 화성 유토피아 평원 남부에 안착시켰다고 한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과 옛 소련에 이어 세 번째로 화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국가로서 G2의 위상을 과시했다. 물론 미국은 2004년에 이미 쌍둥이 화성탐사 로봇 Spirit과 Opportunity를 화성에 성공적으로 착륙시켜 탐사를 진행했었다. 화성뿐만 아니라 목성, 토성, 천왕성 그리고 명왕성을 지나 성간 탐사에 이른 발사체도 파이오니어 10, 11호와 보이저 1, 2호, 그리고 뉴허라이즌스호 등 모두 5대나 된다. 보이저 1, 2호와 파이오니어 10호는 성간 우주에 도달했으며 파이오니어 11호와 뉴허라이즌스 탐사선은 태양계의 경계면을 날아가고 있다고 한다. 우주과학 전문지 네이처 어스트로노미에는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 1호가 행성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음파를 탐지했다는 내용이 게재되었다고 한다. 1977년 9월 발사된 보이저 1호가 지구로부터 224억 km 떨어진 곳에서 탐지한 가스에서 나오는 소리를 보내왔는데, 그 소리가 마치 조용한 비가 내리는 것과 비슷하며 태양이 폭발할 경우에는 천둥 같은 현상이 나타나다가 다시 조용해진다고 한다. 지루하게 긴 서론을 쓰는 이유는 최근에 안중호 교수의 '과학 오디세이 유니버스: 우주. 물질 그리고 시공간'을 읽었는데, 방대한 책의 내용을 겨우 따라갈 정도 밖에 능력이 안 되어 뭔가 감상을 남기고는 싶지만 방도가 서지 않아서이다. 물리학자가 쓴 책이라면 아예 겁을 먹고 읽을 시도조차 않았겠지만, 평소 궁금해하던 물질과 우주의 근원에 대해 금속공학을 전공한 저자가 집필한 책이어서 한번 읽어 보았다. 1장은 우주의 모습에 대한 내용인데 한마디로 그 크기의 한계를 알 수 없는 무한체 공간이라는 것이다. 우디 앨런이 “차이나타운에서 길 찾는 것도 힘든 판에 우주가 무엇인지 알려는 사람들이 있다니 놀랍다”라고 했다는데, 막상 알려고 노력해도 알 수 없는 게 우주이다. 45년간 날아간 보이저호가 겨우 태양계를 벗어났는데, 태양계의 우리 은하를 포함하여 관측 가능한 우주의 경계만도 465억 광년이라 한다. 전체 우주의 크기는 관측 가능한 우주 크기의 1023배 혹은 그 이상이라 하니……. 빅뱅, 빛의 속도 보다 빠른 우주의 팽창 속도, 암흑물질, 반물질 등등 상상 속의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하니……. 우주의 연표를 보면 빅뱅에서 10-43초 사이의 플랑크 시대에는 우주 크기가 10-35m이고(10-15m 수준인 원자핵의 크기와 비교도 안되게 작은 태초 우주의 크기란!) 온도는 1032K이었다나! 우주의 온도가 현재의 2.7K로 오기까지 초기에 통합되었던 자연의 4힘(강력, 약력, 중력, 전자기력)이 분리되고, 힉스와 쿼크 입자 시대를 거쳐 전자와 양성자 및 중성자가 생성되어 드디어 빅뱅 이후 30여 분이 지나서야 가벼운 원자가 생성되었다고 한다. 태양계 출현이 빅뱅 후 85억 년에서 90억 년 이후이고 인간 출현은 빅뱅 후 138억 년 시점이라고 한다. 머릿속에 감을 잡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겠다. 2장은 ‘물질의 구성’에 대한 내용인데 현대 물리와 고체 물리 등을 공부하면서 원자력 및 재료공학을 전공한 덕분에 비교적 접근이 어렵지는 않았다. 1장의 우주가 아인스타인의 ‘상대성 이론‘ 이 지배한다면 2장의 미소 물질 분야는 ’양자 역학‘이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다. 3장의 ’세상은 왜 있을까? ‘에서는 끈 이론과 막 이론 등이 설명되고 있는데 솔직히 감이 오지는 않지만 천체 물리학자들의 천재성과 창의성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의 서문에 있듯이 우리는 왜, 어디에서 왔는지 이유를 모른 체 이 세상에 던져져서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그 궁극적인 진리는 사람의 사고 능력 밖에 있는 영원한 비밀이어서 알려고 하는 탐구 자체가 헛된 일인지도 모른다. 스티븐 와인버그는 이런 상황을 '비극의 우아함 (the grace of tragedy)'이라 칭하며 인간이 근원을 생각하면서 느끼는 고뇌, 한계, 진지함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주었다고 한다. 두껍지만 지루하지 않는 내용의 책을 읽으며 마치 우주 탄생 순간을 지켜보고 물질 사이를 누벼 보며 명확히 그려지지는 않지만 다 차원의 우주를 넘나든 것 같다. 저자는 맺는 글에서 "시간은 환상일 수 있으며 시간 속의 ‘나’는 뇌가 만든 가공물로 우주 물질의 순환 과정 중에 우연히 잠시 머무르고 있는 ‘현재의 상태’일뿐이다. 이는 자연의 순환 과정에서 던져진 양자적 확률에 의해 우연히 배합된 일시적 상태일 것이다. 의식은 끊임없이 이합집산하는 뉴런의 연결의 순간적인 결과이며, 물질적으로는 몸의 원자는 며칠, 길어야 수년 머물다 완전히 교체된다. 내 몸의 40조 개의 세포 중에 ‘나’를 대표할 단세포는 하나도 없다. 오직 이 순간의 상태만이 ‘나’로서의 의미가 있다. 따라서 ‘나의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며 서로 사랑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과학이 던져주는 평범한 교훈을 역설하고 있다. 자신의 전공도 아닌데 방대한 과학적 지식을 정리한 저자의 관심과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언젠가 창조자인 '신(God)'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이 세계의 오묘한 질서와 흐름은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 방식이라기보다는 ‘뭔가가 개입’ 하고 있을 것 같다는 의문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에서 믿는 신과는 분명 다른 형태의 창조자인 ‘신(God)'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본다. 조만간 저자의 ‘과학 오디세이 라이프: 인간, 생명 그리고 마음’도 읽어 보아야겠다.
2021. 5. 1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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