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관리기술사(RPE) 응시 소감
- Jay K. Yi
- 2021년 9월 24일
- 4분 분량
작년에 #방사선취급감독자면허(#SRI) 시험을 치르고 바로 시험 후기를 작성한 적이 있다. 시험을 치른 후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전반적인 준비 사항과 함께 시험 소감을 작성했었다. 특히 SRI 시험의 특성이 계산 순발력과 다양한 측면의 암기력을 요구하므로 #중년의 나이에 대응하기 어렵고 따라서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겠다고도 했었다. 역시 결과는 일말의 기대와는 달리 낙방이었다. 실수가 없도록 반복적으로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더 이상 SRI에 응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2020년 초부터 계속되는 코로나로 일과 후 대외 활동이나 휴일의 여가 시간을 마땅히 보낼 방도가 없었다. 그러다가 SRI 시험과 조금 특성이 다른 #방사선관리기술사(#RPE) 시험을 생각하게 되었다. 2019년 이후 비파괴검사 업계에서 인생 1.5 막을 시작한 이후 RI와 SRI를 준비해 오며 투입했던 노력이 아깝기도 했다. 그리고 꼭 취득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없었지만 중도에 그만둔다는 것은 평소의 대처 자세와 다른 것 같아 아쉽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론 방사선관리기술사(RPE) 자격을 취득하면 방사선취급감독자(SRI) 면허자에 허가된 관련 업무를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굳이 구분해 본다면 기술사는 #국가기술자격이고 SRI는 방사선 취급 관련 #국가면허라 할 수 있는데 모두 관련 분야 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차이라면 SRI는 방사선 피폭 2년 이상의 실제 방사선 취급 분야의 근무 경력이 요구되는 반면에, 기술사는 학력이나 보유 국가기술 자격에 따라 관련 분야 경력 기간이 서로 다르게 요구된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SRI 시험 문제는 공개가 되지 않으니 그 경향을 알 수가 없다. 시험을 치른 수험자들의 기억에 의존하여 일부 돌아다니는 문제가 있지만, 막상 50분의 짧은 시험시간 동안 몰입하다 보면 나중에 제대로 문제를 기억하여 재현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여하튼 기술사 문제를 참고하거나 조금 변형하는 형태로 SRI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인 것 같다. 작년 SRI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과년도 기술사 문제를 훑어본 적은 있었지만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못했던 관계로 깊이 생각하며 풀어보지는 못했다. 한편으론 20여 년 전에 치른 다른 분야의 기술사 자격 보유로 1차 필기와 2차 면접으로 나누어져 있는 시험 형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하다고 할 수 있다.
과년도 기술사 문제를 찬찬히 살펴보니 SRI 시험보다는 어려웠지만 중년의 도전자에겐 유리해 보이는 몇 가지가 있어 보였다. 먼저 서술 혹은 계산 형태의 문제로 출제되는 4과목에 대해 각 100분씩으로 시험 시간이 충분했다. 이는 계산기 활용에 있어서 숙달이 덜 되어 있거나 혹은 계산상의 실수가 있더라도 검산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의미였다. 두 번째는 150프로 출제된 문제 중에 100프로에 해당하는 문제를 선택하여 풀 수 있는 점이었다. 방대한 분야의 지식을 요구하므로 응시자 별로 각자 특화된 분야의 문제를 선택하여 깊이 있게 풀이하라는 의미이다. 세 번째는 시험 실시 후 바로 공개되는 문제의 특성상 정형적으로 정답이 도출되는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사고와 창의성을 요구하는 문제 제시였다. 이는 필요하다면 적절한 가정을 세우고 응시자가 풀이에 대해 유연성을 가지고 대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암기력이 요구되는 법률 관련 부분은 각 과목에 녹아서 출제되기 때문에 암기 대신에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도 대응이 가능해 보였다. 아울러 과락 제도는 없고 평균 60점 이상이면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이미 기초 이론 부분은 공부가 되어 있었으므로 각 부분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와 과년도 문제 풀이에 집중하여 기술사 시험을 준비해 보았다. 과년도 문제는 풀이나 정답을 구할 수는 없었으므로 관련 전문서적을 찾아서 유사 유형의 문제나 혹은 필요한 부분을 심화 학습하는 형태로 접근했었다. 문제 하나하나가 몇 번의 응용력이나 Trick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정답을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번 풀어본 문제도 다음에 다시 보면 접근이 틀렸거나 풀이 과정의 오류가 계속 나타났지만,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전문서적으로 심화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기술사 시험은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실시되므로 당일인 4월 25일 일요일 5시 40분경에 시험 장소인 대전으로 차를 몰아 내달았다. 7시 30분경에 경부고속도로 죽암휴게소에 들려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양치질과 개인 정비 후에 8시 10분경에 시험장에 도착했다. 이전에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업무상 혹은 동료 선후배들을 만나러 본관에는 들렸었는데, 시험 장소인 #국제원자력학교까지 안쪽으로 쭉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정문 근처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안쪽으로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고 제일 깊숙한 곳에는 아늑한 잔디 운동장도 있었다. 수험장에는 많지 않은 응시생들이 보였는데 대충 나이대가 30대 중반에서 40대에 있는 것 같았다. 저쪽을 보니 지긋한 연배의 응시생도 한 분 있었고 뒤로는 여성 응시생도 있었다. 다들 이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라 그런지 응시생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하루 종일 시험문제와 함께하고 있었다.
1교시 시험은 13문항 중에서 10문항을 선택하여 풀어야 하는데 문제 수가 많아서인지 재검토할 시간도 없이 100분이 금세 지나가 버렸다. 전 교시에 걸쳐 방사성 폐기물 관련 문제가 나온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렵다기보다는 특별히 공부할 자료가 마땅하지 않는 분야였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아마도 접근하기가 용이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2교시에서 4교시는 각기 6문제 중에서 4문제를 선택해서 풀면 되었다. 방사선 계측의 신호처리 회로 관련 분야나 방사선의 생물학적 특성 분야는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은 탓에 문제의 쉽고 어려움을 떠나 선택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비록 6문항이 제시되어 있지만 대응 가능한 문제는 4문제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선택한 4문제가 정답을 기술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또한 기술사 시험 특성상 서너 개의 Trick이 문제에 숨어 있으므로 이들 감점 요인을 모두 극복했다고 자신할 수도 없다. 시험 전에는 특히 이런 측면에서 주의하며 풀이하자고 마음을 다 잡지만 막상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는 생각나지 않기가 일쑤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으로 50분 주어지는데 어디 가까이 나가서 식사하기도 불편할 것 같아서, 캐나다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 이후 거의 25년 만에 Wife에게 도시락 수고를 부탁했다. 잔디 운동장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두어 바퀴 잔디 트랙을 산보하듯이 걸으며 오후 시험을 대비하였다. 응시 소감은 예년 대비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과연 내가 풀이한 내용이 몇 점이나 얻을지는 결과를 봐야 알 것 같다. 작년에 SRI 시험을 치르고 더 이상 시험은 치르지 않겠다고 했었는데, 이 글을 쓰는 2021년 5월 3일 현재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더 이상 이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시험에 응시하거나 자격 취득 등에 미련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해 본다. 지난 2년간 방사선 취급이라는 분야를 접하고 객관식 #RI(#방사선취급일반면허) 시험에서부터 서술형 및 계산형 주관식 SRI(방사선취급감독자면허) 및 RPE(방사선관리기술사)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그냥 책을 읽고 궁금한 것을 해결하거나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도 분명 즐거운 일이다. 그렇지만 돌아서면 까먹는 나이 대에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두뇌 회전의 고통(?), 필요한 부분에 대한 암기 그리고 복잡한 지문을 이해하고 단계별 접근해 가는 풀이 과정으로 젊은 시절의 자신감을 되살려 보았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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